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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척초견골(剔草見骨)... 잡초를 걷어 금빛 뼈를 드러내다

문화부  |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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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著: 육서성 
演記: 한치선(타타오)

■ 삼계수명(三界受命)... 삼계의 명을 받다

“마시! 봉신연의를 다 읽어보았단 말이지? 어떤 책이던가?”

원천교수는 뿔테안경을 밀어올리며 그녀를 흘긋 보았다.

마시는 창밖의 새를 바라보다가 놀라 대답했다.

“아, 네! 봉신연의는 상나라의 멸망과 주나라 건국에 얽힌 사실과 신화적 이야기를 연의(演義)라는 드라마형태를 빌려 쓴 내용이죠. 즉, 무왕이 은나라 폭군 주왕과 부딪치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데 온통 신선과 요괴와 영웅과 사이코패스들이 출몰하는 미친 전쟁 이야기더라구요?"

“오호! 재미있었겠네?”

마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말도 마세요. 아마 총 몇십만 자는 될 겁니다. 그것도 한자 원문으로 말이죠.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습니다. 제 소중한 방학의 절반을 그거 읽느라 보냈다니까요. 사실 봤어도 뭘 봤는지 모르겠고요. 하여튼 이제 봉신-자만 들어도 과민성 대장증상이…”

원천교수는 헛기침으로 그녀의 말을 끊고는 교탁을 손가락으로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실은 그 봉신연의는 완성된 책이 아니라네. 현재 상태로는 사람들이 봐도 그 참뜻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되어있지. 정확히 말하자면 저자 자신도 그 숨겨진 뜻을 다 알지 못했거든.”

“완성된 책이 아니라고요?”

"지금 사람들은 그 책을 보더라도 역사와 판타지를 적당히 섞어 흥미위주로 만든 내용으로만 알 텐데, 실은 전혀 그게 아니란 말이지? 그 속에는 다층구조의 생명공간이 중첩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모르지. 그래서 누군가 그 봉신연의를 제대로 밝혀서 완성해줄 필요가 있다는 거야! 거 뭐냐… 비단 위에 뭘 하고, 용을 그린 위에 뭐라더라?”

“금상첨화(錦上添花)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씀하시려던 거죠? 그런 기초 사자성어를 교수님이 버벅대시면 어떡해요? 그나저나 그 역할을 누구에게 맡기시게요?”

“그걸 해낼 사람을 오랫동안 찾아봤었는데… 결론은 마시! 너 밖에 없어.”

마시는 화들짝 놀라 입을 못 다물고 망연히 교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번 생에 너는 내 학교의 학생 한 명에 불과하고 그저 톡톡 튀는 아가씨로 보이겠지만, 실은 넌 과거에 도를 심하게 닦은 사람이었단다. 그래서 다층생명공간에 대한 지식이 유전자 속에 농울쳐 흐르고 있지.”

마시는 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가… 도인? 그런데 도를 심하게 닦은 건 또 뭐예요?”

“명나라 시대에 넌 도가(道家)의 유파를 창시하고 또 도가의 책을 두루 펴냈지. 하지만 불가(佛家)를 전혀 모르고 도가를 닦는 바람에 사상이 치우쳤다는 말이다. 이 우주의 사상은 불가와 도가의 양대 정신이 주축을 이루는데 도가로만 치우쳤으니 심하다고 한 것이다. 봐라. 네가 당시 제대로 균형 잡힌 공부를 해왔다면 지금쯤 득도원만(得道圓滿)을 이루어 한 우주 천체를 다스리는 대각자가 되었을 텐데, 보다시피 이번 학기 숙제 하나 하느라 쩔쩔매는 여학생에 불과하지?”

“그런데 그런 제가 지금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저를 뭘 믿고…”

“자넨 지금 준비가 조금은 되었다고 보네. 최소한 나에게 수강을 하고 있지 않나?”

마시가 입술을 뾰죽 내밀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학점 펑크나서 재수강중인 것도 아시죠?”

“그게 실은… 내가 일부러 펑크를 내가면서 널 붙들고 있었던 거란다. 너에게 줄 일생일대의 과제가 있기 때문이지.”

“설마… 정말 그 봉신연의를 저더러 완성하라시는 과제인가요?”

원천교수는 손가락을 탄지하여 딱!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 시대로 가보겠나? 뭐, 3천년 전이라 시간은 얼마 안 지났어. 시간탐방 티켓이 마침 하나 남아있는데.”

“오마이갓! 정말요? 3천년 전 시간탐방? 대애박! 그거 꼭 해보고 싶었어요!”

원천교수는 호들갑을 떠는 마시를 잠시 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막상 그 살육의 전장에 종군기자 마냥 따라다니다 보면 피냄새에, 정(情)냄새에 토악질이 나올지도 몰라. 자신 있어?

“저 그런 거 은근히 좋아해요, 교수님!”

“잘됐군! 이번 과제는 이거네. 그 기묘한 시대의 변곡점에서 자세히 살피게나! 물론 네가 역사를 바꿔보겠다거나, 권선징악을 이루겠다는 망상은 엄금! 너의 눈을 통해 그 시대를 재조명해봐. 그것만으로 여기서는 새로운 봉신연의가 찬란하게 기록되기 시작할 테니!”

"저 지구에 갈 때 모습은 지금 이대론가요? 예쁘고 청순하고 지적인 사춘기 소녀?"

교수는 미소를 짓고는 금줄이 쳐진 티켓을 건네주었다.

마시는 부푼 가슴을 부여잡고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우주적 존재인데, 저 쪼만한 지구별 인류의 당시 역사의 디테일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이 별 저 별 나누는 거 아니다. 우리 모두 수많은 생을 거치면서 헤아릴 수 없는 별에 살았거든. 특히 지구라는 별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지. 게다가 지구의 이번 문명 초기에는 아주 진귀한 우주적 비밀이 가득 숨겨져 있다네."

“아! 교수님도 같이 가실 거죠?”

“아니, 티켓이 하나뿐이라고 했잖아. 하지만 그 시대에서 자넨 날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제 가봐!”

“말도 안 되는 과제를 받은 것 같긴 하지만… 고맙습니다. 원천, 아니 원시천존님!”

“언제적 이름인데 아직 그렇게 부르나?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교수는 씨익 웃고는 집게손가락을 세우더니 서서히 사라져갔다.

■ 신방현기(神榜玄機)... 봉신방에 숨겨진 현묘한 기틀

마시는 광야에 선 한 중년남자를 보면서 의식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그녀가 궁금하여 가까이 가자 그는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孟津大會八百國,取彼凶殘伐罪愆…” (맹진대회팔백국, 취피흉잔벌죄건)...”

마시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저씨, 누구세요? 누구신데 비 맞은 중처럼 혼자 뭘 중얼거리시나요?”

중년남자는 고개를 돌려 마시를 보더니 말했다.

“난 허거사라고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마시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알아요! 봉신연의 쓰신 분이죠? 너무 너무 길고 지루하게 쓰셨기에 독자인 제가 한이 맺혀 잊을 수 없는 지경이랍니다.”

허거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루했다고? 그럴 리가 없어! 아마도 그쪽이 한자를 잘 모르거나 기본 지식이 얇은 탓이려니.”

“무슨 말씀을! 한자 캡슐 하나 복용하면 1만자가 머리에 쏘옥 들어오거든요? 허아저씨는 명나라적 사람이라 그런 건 상상도 안 되죠?”

“그나저나 허아저씨가 뭔가? 격 떨어지게. 허거사-라고 불러주게나.”

마시는 눈을 초롱하게 하여 그를 보며 말했다.

“허거사님! 지금 봉신연의 줄거리 한시로 압축해서 읊으시던 참이죠? 거 좀 알아먹을 수 있게 읊어주세요.”

허거사는 목청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알았다. 마저 읊으마.

“맹진의 큰 회합에 팔백의 제후들이 모여들고
저 흉악한 자, 은주왕을 붙잡아 그 죄악을 징벌했다. 
갑자일 동틀 무렵에 목야에서 대회전을 할 때
앞에서 나아가던 은나라 병사들은 창을 거꾸로 들고 반대로 돌아섰다…”

마시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니 잠깐요! 듣자하니 이건 완전 스포 작렬이네? 왜 미리 결론을 밝혀요? 독자들에게 돌맞으시려고..”

마시가 말을 맺기도 전에 하늘에서 호도알 만한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허거사는 놀라 황망히 두 손을 올려 우박을 막았다.

“당시 책들은 그렇게 대략 줄거리를 시로 서술하고 이야기판을 벌렸단 말이다. 너, 넌 혹시 요괴 아니냐?”

“요괴보단 요정이죠. 요괴란 음한 영적 존재이고, 요정은 맑은 영적 정화란 말입니다. 저는… 그냥 마시라고 불러주세요. 원시천존 교수님이 과제를 주셔서 지금 봉신연의 도입부로 시간여행을 온 거랍니다.”

허거사는 무릎을 후들후들 떨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물었다.

“원시천존? 연등도인과 강상의 사부이신 그 원시천존? 아가씨가 정녕 그 분의 제자란 말인가?”

“그럼요. 연등도인과 강태공 모두 제 사형 뻘이죠. 그래도 제가 늦둥이 제자라고 얼마나 예뻐하시는데요. 얼마 전에도 안드로메다 떡볶이 만들어 주셨어요.”

허거사는 두 손을 바싹 비비며 물었다.

“오.. 혹시 원시천존께서 불초소인에게 무슨 가르침이나 하명하실 일이 있으셨던 것인지…?”

“봉신연의를 재편하라는 하명을 내리셨어요. 그런데 허거사님 책은 너무 길고 지루하잖아요. 그리고 캐릭터들도 너무 디테일이 없어요. 이 씬이 그 씬 같고, 이 요괴가 저 요괴 같고… 심지어 성질내는 장면까지도 표현이 똑같아.  그러니 중국 5대 기서에 끼지도 못했죠. 이 금쪽같은 내용 가지고서리…”

허거사는 마치 원시천존의 가르침을 받는 듯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선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존님의 가르침 각골명심(刻骨銘心) 하리이다. 그러면 제가 아가씨 요정도사님께 어떤 도움을 드리리까?”

“그냥 마시라고 부르시라니깐! 그리고 좀 편하게 말씀하시자고요.”

“아 예, 마시!”

“우선 봉신연의-라는 이 제목부터 풀어볼까요? 봉신방-이라고도 하던데요?”

“’봉신(封神)’이라는 말은 ‘신으로 책봉한다’는 의미이고, ‘방(榜)’은 ‘명부(名簿)’라 뜻이지. 즉 ‘봉신방’은 신들로 봉해지기 위해 죽음을 미리 예고 받은 자들의 명단이라는 뜻이라오.”

마시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게 무슨 봉신… 같은 소리? 신들로 봉해지기 위해 죽음을 예고 받는다 굽쇼?”

허거사는 하늘을 한번 바라보더니 무게를 잡으며 뒷짐을 지고 말했다.

“그게 심오한 사연이 있어. 이건 봉신연의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비밀 중 비밀인데… 원시천존님의 특사이니 아가씨에겐 공개하기로 하지. 이 우주는 말이야. 천계(天界)와 선계(仙界), 그리고 하계(下界) 즉, 인간계로 나눠져 있어. 천계는 별 문제가 없는데, 선계에서는 좀 자격이 안 되는 선인들이 가끔 생기거든. 반면 인간계는 욕망이 파도치는 하층세계라고는 하지만 가끔 우수한 인간들이 생기기도 하지. 그래서 당시는 선계의 오염을 막고 인간계의 영웅을 건져 올리는 작업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기였어.”

“그 정도는 1학기때 교수님께 배웠죠. 그게 완전히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시대잖아요? 그래서 그 환승역 같은 중간계도 만들어졌겠고요. 맞죠?”

허거사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마시를 보더니 말했다.

“대단한 학교를 다녔구나? 맞아, 그 중간계를 만들 필요가 생겼던 거야. 그것을 신계(神界)라 일컬었어. 그 공간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 거기로 질이 나쁜 선인과 질이 좋은 인간들을 이주시킬 필요가 있었지.”

“그럼 봉신방이라는 것은 선계의 저질과 인간계에서 고질(高質)의 인물들 명부? 그런데 그 명부는 누가 만들었나요?”

“당시 선계의 어르신들인 태상노군(太上老君)과 원시천존(元始天尊), 그리고 통천교주(通天敎主)가 합의해서 만들었다고 해. 그 봉신방의 인원은 총 365명!”

“그럼 그 365명의 영웅적 인간이 죽어야 신계로 이주하겠네요? 아하! 그래서 신으로 책봉 받고 죽어야 할 인간들-이라는 표현을 하신 거구나! 그 운명도 참… 그런데 그 많은 인간 영웅들이 늙어 죽기를 기다리려면 하세월일 텐데…”

허거사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번득이면서 무서운 표정을 하고 마시를 노려보았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씀 들어봤나? 천지는 어떤 면에서 그다지 자애롭지 않다네. 선인들은 그렇게 기다려주지 않아. 죽이고 말지. 언제 인간 하나하나 늙어 죽길 기다리나?”

"무섭네요! 그럼 대홍수라도 일으켜서 죽여버리나요?" 

“대홍수 같은 건 한 문명시대를 끝장낼 때나 쓰는 극약처방이지. 요순 다음 우시대에 바로 그런 대홍수가 있었고 당시 거의 전 인류를 쓸어버렸거든. 그 당시 치수(治水)를 해낸 존재가 바로 그 우임금이었던 것이고. 지금은 모처럼 인간계도 잘 만들어 두었는데 함부로 쓸어버리면 안 되지.”

마시가 활 쏘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그럼 혹시 벼락 같은 걸로 원샷 원킬?”

“어허! 그런 식으로 인간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건 허용이 안 되는 법이야. 하늘이 선호하는 방법이 뭔지 아나? 보통 역병이나 전쟁이네! 전쟁을 통해 수많은 인걸들이 자기 내면의 위대한 면모를 드러내게 되지. 그러면 영웅을 발굴하기도 쉬워지고, 또 인물을 완성시키는 측면도 있는 것이야. 그 결과 신계의 순조로운 충원도 이뤄지고 말이지.”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선인들이 쌈질을 붙일 수도 없고. 체면 깎이게…”

“이제 지켜보게나. 선인들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은밀하게 이끌어 대전란을 야기시키고 그 피와 눈물을 뒤섞어 하늘의 뜻을 이뤄가는지! 그게 바로 봉신연의라는 대서사극의 단초(端初)라 이 말이야!”

마시는 기뻐하며 껑충 뛰었다.

“그래 이거야!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빠져들죠! 자, 이제 진짜 이야기 출발점으로 저를 데려다 주시겠어요? 어떻게 1회가 시작되더라…?”

이제 중국 역대 최고의 레전드급 폭군— 주왕(紂王)을 만나러 가실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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