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선박 간 대치와 물대포 공격을 넘어 군인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행사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르타임즈’에 따르면 필리핀군 당국은 20일(현지시간) 중국 해경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Second Thomas Shoal) 인근에서 필리핀 수병을 곤봉으로 공격해 부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 소속 소형 순찰정은 이날 오전 필리핀군이 전초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거치된 군함 주변에 접근해 선회하며 촬영했다. 이에 필리핀 해군은 중국 해경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고무보트 두 척을 투입하려 하자 중국 해경 요원들이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군 당국은 중국 해경 요원이 긴 곤봉으로 필리핀 수병의 머리와 몸을 여러차례 가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병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25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중국 측은 공격 과정에서 필리핀 해군의 고무보트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제59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마닐라에서 개막하는 시점에 발생해 역내 외교·안보 현안의 새로운 악재로 부상했다. 필리핀 측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상 마찰 수준을 넘어선 자국 군인에 대한 '명백한 폭력 행위'로 규정하며 중국을 강력히 규탄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중국 해경의 행동을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앞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공공 선박이나 군대, 항공기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MDT)이 적용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해경국은 “순찰선이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머스 암초 중국식 명칭)를 정상적으로 순찰하던 중 필리핀 측이 침몰선에서 고무보트 두 척을 내보내 위험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필리핀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필리핀은 세컨드 토머스 암초 해역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에 포함되며, 중국 해경이 필리핀 관할 수역을 침범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갈등은 외교적 설전에서 선박 충돌과 물대포 공격, 해상 봉쇄, 장비 파손과 군인 간 몸싸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충돌은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했던 남중국해 중재 판정 10주년을 맞은 시점에 발생했다.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주장하는 이른바 역사적 권리에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은 중재 절차와 판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은 최근 판정 10주년을 맞아 해당 판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으며 남중국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라는 내용의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 외교 당국자를 불러 항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관영매체가 제작한 영상에서도 남중국해 중재 판정문을 ‘휴지’로 묘사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함께 이란 정세, 미얀마 사태, 에너지·식량 안보, 지역 경제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이번 곤봉 공격 사건은 남중국해 분쟁이 더 이상 지도 위의 영유권 다툼이나 외교적 언쟁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일방적인 무력 행사와 해양 질서 훼손에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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