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위조된 문서와 허위 가족사를 이용해 나치 피해자의 후손으로 가장한 뒤 쾰른 연방행정청에 독일 국적을 신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만 32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실제 독일 국적 취득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베르타임즈’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뒤셀도르프(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주도) 검찰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 사건과 관련해 연방형사경찰청(BKA)과 함께 약 1년간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독일 기본법 제116조 제2항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 정권에 의해 정치적·인종적·종교적 이유로 독일 국적을 박탈당한 사람과 그 후손들이 독일 국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치 박해 피해자와 그 후손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역사적 구제조치다.
중국계 조직은 국적 회복 자격이 있는 실제 유대인 부부의 신원을 도용한 뒤, 존재하지 않는 ‘자녀’나 ‘손자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가짜 가족관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조작된 신분과 가족사는 독일 국적을 원하는 구매자들에게 제공됐으며, 신청자들은 출생증명서 등 위조된 서류를 독일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위조 서류를 이용한 사례는 현재까지 32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실제 독일 국적 취득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제수배 중국인도 ‘신분 세탁’
특히 국제수배를 받고 있는 중국인까지 이 같은 수법을 이용해 독일 여권을 취득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납치·살인 관련 혐의로 수배 중인 중국인 류 씨는 2024년 사망한 유대인 부부(카를 지크프리트·게르트라우트 수스킨트)의 손자로 위장한 뒤 ‘데릭 왕’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국적과 여권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 거주하는 또 다른 중국인 톈 씨 역시 같은 유대인 부부의 자녀로 위장해 독일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사 대상에 오른 상당수 중국인은 중국에서 형사 사건이나 거액의 사기 등에 연루돼 해외로 도피한 자들이다.
관련 조직은 중국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고객을 모집하면서 독일 여권을 취득하면 여러 국가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국제수배 등에 따른 이동 제한을 피하는 데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나치 피해자들의 명예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독일의 특별 국적제도를 범죄 혐의자들의 ‘신분 세탁’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다.
이번 범죄는 배후에 대규모 범죄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사건을 추적해 온 ‘슈피겔’ 기자들에게 보복성 협박 메시지가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최근 영국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발신자로부터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사건을 계속 취재할 경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문서 위조 사건을 넘어, 국제적인 국적사기 네트워크의 존재 여부까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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