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필리핀 안보 수장이 중국의 학술·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합법을 가장한 정보 수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테오도로 장관은 이런 수단의 거점으로 중국 광동성의 '지난대학교(Jinan University)'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대학은 자체 학술 연구를 통해 필리핀 최북단 요충지인 바탄(Batanes) 제도가 대만을 경유해 중국 영토에 속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기관"이라며, "필리핀의 주권을 부정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주체가 교육의 탈을 쓰고 교사 파견을 주도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 교류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경고는 최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등지에서 중국 해경선과 필리핀 선박이 고의로 충돌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장관이 언급한 바탄 제도는 대만 해협과 가깝고 미·필리핀 연합군의 방어 기지가 위치한 안보 요충지라는 점에서, 중국 대학의 영유권 주장 연구와 교사 파견이 단순 학술을 넘어선 영토 침탈 전술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근거 없는 악의적 음해"라며 이를 전면 부인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간첩 활동으로 몰아세우는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중국 당국은 필리핀 정부를 향해 합법적인 문화 교류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고 현지 중국 시민들의 안전과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 필리핀 내 화교 단체들은 당국의 안보 조사를 대비해 즉각 행동에 나섰다. '필리핀화교교육연구센터'와 '필리핀화교상공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국방부의 감시 강화 조치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교사들을 철수시키도록 조치했으며, 이에 따라 현지 화교 학교에 근무하던 중국인 자원봉사 교사 150여 명이 급히 본국으로 철수했다.
현지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치적 모함'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급히 인력을 철수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와의 연계성이 폭로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법적 처벌이나 정체 탄로를 피하기 위해 철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필리핀 전역에는 약 140~150개에 달하는 화교 학교(초·중·고)가 포진해 있으며, 마닐라 지역에만 최소 207개의 유치원·초등·중등 해외 화교 교육반과 27개의 대학 연계 과정이 운영 중이다. 이들 화교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매년 9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조직적인 중국계 교육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공산당 사상과 영향력을 전파하는 거점으로 지목받는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은 필리핀 내에 총 5개(앙헬레스대, 아테네오대, 필리핀대 딜리만, 불라칸주립대, 아테네오 드 다바오대)가 주요 대학들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이 중 최대 규모인 앙헬레스대 공자학원의 경우, 단 한 곳에서만 필리핀 11개 지역에 걸쳐 3개의 산하 강의실과 무려 150개가 넘는 외부 교수 지점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왔다. 이 거점들을 통해 지난 14년간 160개 필리핀 공립 고등학교의 현지인 교사 630여 명을 양성, 공립 교육계 내부까지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이처럼 방대한 화교 학교 네트워크와 전국적으로 확장된 공자학원 거점이 필리핀 전역에 포진해 있는 만큼, 안보 당국이 이번 교사 철수 사건을 계기로 외국 정부의 내부 침투 가능성과 '회색지대 전술'에 대해 전면적인 현황 파악과 고강도 감시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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